염증 억제 기능 잃어버린 조절 T세포, 범인은 Id2 단백질 (기초과학연구원자료)
- 조절 T세포가 염증 악화시키는 도움 T세포로 변하는 이유 찾아, 면역 세포 치료제 개발에 기여 -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세포들은 마치 군대처럼 외부의 침입자들과 싸워 면역체계를 유지한다. 면역 군단 중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 Treg)는 과민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기능을 수행해 말 그대로 면역 반응을 조절한다. 한편 면역세포 중 도움 T세포(helper T cell, Th)는 B세포에 의한 항체 생성이나 살생 T세포(killer T cell)의 활성을 돕는다. 우리 몸은 이 외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서로 균형을 지키며 면역 항상성을 유지한다.
면역 항상성이 무너지는 것은 조절 T세포와 도움 T세포 등 각 면역세포들 간 균형이 깨지며 발생한다. 자가 면역질환인 다발성 경화증이나 류마티스염 경우, 조절 T세포의 수가 줄거나 기능이 저하된 양상이 나타난다. 염증 환경에선 이미 존재하는 조절 T세포도 활성을 잃고 오히려 염증을 악화시키는 염증성 도움 T세포로 형질이 변해버린다. 조절 T세포의 순기능이 염증상황에선 반대로 작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기작에 의해 조절 T세포가 도움 T세포로 전환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면역학계는 조절 T세포가 형질이 바뀌는 이유를 찾고자 조절 T세포의 가소성에 주목하고 있다. 가소성을 조절할 수 있다면 유연하게 면역세포의 기능도 때에 따라 발현시킬 수 있다. 특히, 조절 T세포의 가소성이 면역 세포치료제 개발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예측한다. 면역 세포치료제는 질환에 따라 자가 면역반응을 억제하거나 항암 면역을 강화해야 하는데, 조절 T세포의 양이 기능 조절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우리원 면역 미생물 공생 연구단 연구진이 조절 T세포가 염증 상황에서 염증 억제 기능을 잃어버리는 이유를 찾았다. 연구진은 조절 T세포가 염증성 도움 T세포(Th 17)로 변하는 과정을 관찰하고 원인이 되는 인자를 제시했다. 조절 T세포의 가소성을 조절하는데 단백질 Id2 단백질의 발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자가 면역질환과 암에 걸린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실제 조절 T세포의 발현을 Id2로 조절하는데 성공했다. 조절 T세포의 가소성을 결정짓는 주요 인자를 찾아냈을 뿐 아니라 면역세포 치료제 개발에 힌트를 제공한 것이다.
임신혁 교수(포스텍 생명과학과/융합생명공학부)와 디파얀 루드라(Dipayan Rudra) 연구위원 연구팀은 정상적인 조절 T세포와 기능을 잃어버린 조절 T세포 사이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해 Id2 단백질을 가소성 조절의 후보 물질로 예측했다. 실험 결과, 연구진은 다발성 경화증 및 천식 알레르기 등 염증성 질환에서 조절 T세포가 면역 억제 기능을 잃고 오히려 염증을 매개하는 Th 17 T세포로 변환될 때, 전사조절 인자인 Id2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Id2가 Foxp31) 전사조절 인자 발현을 저하시킴으로써 조절 T세포의 가소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연구진은 면역 조절 T세포에서 Id2의 발현은 증가된 IL-1β 및 IL-6 수용체에 의해 유도되며, 수용체 하위 기작인 STAT3/IRF4/BATF 단백질이 관여함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Id2 단백질은 E2A 단백질이 매개된 Foxp3 단백질 발현을 저하시킴으로써 가소성을 유발한다고 설명한다.
조절 T세포에서 특이적으로 Id2를 과발현한 실험군의 염증 정도도 관찰했다. 실험군에서는 다발성 경화증 증상이 더 심해지고, 조절 T세포가 Th 17 T세포로 변환되는 정도가 더 커졌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가 면역질환에서 나타나는 유사한 증상들도 나타났다. 피부, 폐, 간 조직에 과도하게 침투한 림프구로 인해 조직이 파괴되거나 염증 반응이 심해진 것이다. 림프 조직이나 비장에서도 조절 T세포의 발현이 유의미하게 감소된 반면 활성화된 면역 T세포의 비율은 훨씬 높게 나타났다.
▲ 16 주령 된 정상 생쥐와 조절 T세포에서 특이적으로 Id2를 과발현시킨 생쥐를 비교했다. 피부, 폐 그리고 간 조직을 염색 기법을 통해 침투된 림프구의 정도를 확인한 결과, 정상 생쥐에 비해 실험군인 Id2가 과발현된 생쥐가 염증의 정도가 높았음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실험군에서는 자연발생적으로 자가 면역질환이 발생했을 때와 유사한 질환이 관찰되었다.
▲ 연구진은 Id2를 과발현한 실험군(오른쪽)과 정상 대조군(왼쪽)의 흑색종 크기를 비교한 결과, 증가된 조절 T세포의 가소성으로 인해 흑색종의 증식이 억제되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암 환경에서의 조절 T세포의 역할을 규명하고자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조절 T세포는 실제 암세포 주변에서 도움 T세포의 면역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 환경에서는 자가 면역질환과는 반대로 조절 T세포의 수가 줄고, 기능이 적어져야 항암 효과가 발휘된다. 연구진은 피부암에 걸린 생쥐를 대상으로 Id2 발현을 증가시키는 조절 T세포를 유도한 결과, 흑색종의 크기가 대조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면역 억제 기능을 갖는 조절 T세포의 가소성을 조절하는 주요 인자인 Id2를 찾고, 작용기작을 규명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임신혁 교수는 "Id2의 발현을 선택적으로 조절하여 조절 T세포가 상황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자가 면역 및 암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연구단의 폐지가 결정되었지만 IBS 연구단의 장비와 무균/무항원 연구 인프라가 유지되어 좋은 연구결과를 계속 도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제1저자인 황성민 연구원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글로벌 박사 펠로우십 프로그램의 지속적 지원에 감사드린다"며 "향후 Id2와 연관된 조절 T세포의 가소성이 사람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이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2.353)에 11월 9일자에 게재됐다.
IBS 커뮤니케이션팀
고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