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나눔

고요한 밤의 눈 (2018년의 어느밤)

애중이 2022. 5. 2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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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고 그 여운을 느끼며 한참을 생각한다. 밤 늦은 시간이라 시선 속 창밖은 어둡고 주변은 고요하지만, 저 멀리 가로등 불빛 속으로 소복히 흰눈이 내려 앉고 있다. 감상문을 써 내기에 앞서서, 우리가 살아 가고 있는 사회의 어둡고 불합리한 면을 문학이 밝혀 내고, 우리의 정신을 일깨워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며, 혼불 문학상 수상작인“고요한 밤의 눈”소설을 매개체로 현실에서 있을법한 사실을 허구로 엮어내어 독자 스스로가 메세지를 얻을수 있게 던져준 작가의 메아리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각각의 등장인물의 관점에서 서술된 이 소설은 등장인물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내용을 집약하고 통합하여 생각하기 까지 개인적으로 많은 집중과 시간을 필요로 하였다. 그 통합과 재구성은 어쩌면 첫장을 넘길때부터 마직막장을 덮을 때 까지 각기 다른 독자들의 생각을 요구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에서 설정된 세상은 감시와 조작, 개인의 기억 조작 및 삭제등을 이용하는 기득권층의 권력을 위해서 조직된, 상위 1%를 위해 나머지 99%를 활용하는 세상으로 표현된다. 도처에 CCTV 같은 감시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및 메일등을 검열하고 분석하여, 소수집단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고 이를 통해 그 사회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그 일을 담당하는 점 조직, 소설속의 스파이들은 서로의 정체도 모른채 주어진 업무를 해 나가며 오래 전 부터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등장인물 X 는 15년간의 기억을 잊고 스파이가 되었다. 어쩌면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부터 스파이였는지도 모른다. 현재 중요한것은 X는 그가 살고 있는 세상의 능력있는 경제 전문가였고, 그를 필요로 하는 조작세력은 그의 15년의 기억을 지우고 접근 하였는지, 또는 그를 스파이로서의 실수를 지우고 다시 사용해야 했는지 모르지만  X는 스파이로서 다시 세상을 조작 하는 임무로 복귀하게 된다. X가 병원에 누어있을때 Y가 맡은 임무는 X를 스파이로 복귀시키는 역활을 맡게된다. Y는 스파이였던 엄마의 딸로 태어나 이세계로 들어와 A요원까지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Y의 엄마는 스파이로써의 삶을 부정해 떠나게 되고 현재 정신병원에서 살고 있다. 조작세력에게 선택받은 자가 스파이로써 활동을 하지만, 그 삶에 회의를 느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이는 불가능한 꿈 인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등장인물로 Z가 있다, 세력의 감시를 받고 살아가는 소설가, 하지만 그런 사실조차 모른채 살아간다. 자신이 원하는 글을 써야하는 소신있는 작가, 주변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자. 그 길이 험난하고 어렵고 배고프지만, 자신의 역활을 충실히 하며 살아간다. 세력은 Y를 통해 Z를 계속해서 감시해 왔지만, 새로운 임무로 인해 Y의 감시는 중단된다. 어쩌면 하나의 오류나 시간적 타이밍때문에 이와같은 세계가 세상에 알려질수 있는 하나의 작은 점이 될 수 있다는 실마리를 제공하므로써 작가는 독자에게 작은 가능성을 열어준다.

 

 쌍둥이로 태어나 부모로 부터 버림 받고, 양부모로 부터도 출생신고를 받지 않고 현재까지 살아온 D, 쌍둥이 언니가 없어지면서, 어떤 무엇이 존재함을 자각하고 이를 쫒아가게 된다. D는 정신과 의사 언니의 삶을 대신 살면서 X를 만나게 되고 이를 통해 언니의 흔적을 찾으려고 애쓰며, 누군가가 없어져도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무엇인가 잘못됨을 직감하게 된다. 언니의 삶을 살아가는 쌍둥이인 등장인물을 통해 우리는 인터넷 상에서, 더 나아가 현실에서 자신을 숨기고 다른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음을 생각해본다.한 개개인은 어떤한 이유로도 다른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며 그 고유성을 잃어 버리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는 각자의 본질을 지켜내야 할 것이다.

 

 스파이의 중간 보스 B, 임무를 맡으면 수행하는, 바둑판의 돌을 움직이는 팔과 손 같은 역활을 하는 인물, 생각과 지시는 윗선에서 이루어 지지만, 이를 적절하게 잘 수행하는것은 스파이들의 몫이다. 이 삶을 오래 살아왔고, 인정 받아왔지만, 딸과 아내 생각에 그동안의 삶의 의미가 무너진다. 가족은 스파이들에게 짐과 굴레가 될 수 있다. 맡은 역활을 수행하며, 충실하게 세상/조직을 위해 살아왔다 생각하지만 가슴한켠엔 답답함이 자리하고 있다. 말단 스파이에서 조직의 중간 보스로 성장하면서, 그의 생각도 달라졌을까? 누군가에 의해 수동적인 삶을 살아왔던 그가 스스로를 자각함으로써 자신도 사회도 변할 기회가 있음을 느낀다.

 

 헌책방 노인은 정보의 방을 지키는 문지기. 그동안 많은 스파이들을 보았고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았다.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노인이 알고 있는 자라면, 조금 이나마 도움을 줘서 성장하거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오랜 경험과 노련함이 어쩌면 세상의 부조리를 풀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보지만, 한자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노인에게 변화는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소설속에는 노인의 지속되는 현재 모습만을 보여주지만, 그 동안의 시간 속에서 많은 방황과 고뇌를 한 노인의 세월이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결국은 제자리인 노인을 바라보며 변화란 쉽지 않음을 느낀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시선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자신과 또 자신이 속한 세계를 부정하고 의심하고, 인정하고 안도하며 살아간다. 진실을 밝히려는 극한시도도,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어야할 어떤 의미도 모르는채,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의 모든것을 밝혀 내기에는 그들은 너무나 작은 존재 인지 모르겠다.

 

 이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과연 이런 세상이 존재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다가도, 2018년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빅 테이터의 세상, 나의 소비 패턴에서 나의 기호식품까지 어느 누군가에 의해 수집되고 분석되고 있는 상황을 바라보면 그 누군가의 조작 및 감시는 어쩌면 오래 전 부터 시작 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행간을 통해 저자의 메아리를 듣고 있자면, 이런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등장 인물의 Z를 본받아 철저하고 굳은 신념을 바탕으로 냉철하게 사회를 바라봐야 할 것이며 공유해야 할것을 암시한다. 하나의 소설을 읽고 사색함으로 신념을 다지고 각자의 플래폼을 통해 세상과 연대하며, 그 혹시 있을지 모를 어둠의 세력에 대항해야 함을 넌지시 전달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그 출발점은 우리의 관심이란 생각을 해본다. 각자의 점에서는 볼수 없었던 세상의 어떤 일이 관심과 연대를 통해 선으로 면으로 확장 되었을때 우리는 전체의 그림을 보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을 사는 우리는 혼자가 아니며, 우리 주변에는 가족과 지인, 이웃과 동료가 있다.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하고 연대하자. 문학과 철학, 과학과 기술, 감성과 이성을 통합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자.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할때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의 따사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며, 외롭거나 힘들지 않다. 서로에 대한 관심이 지속 된다면 말이다.

 

 우연한 기회에 “고요한 밤의 눈” 이라는 좋은 책을 만난 것은 행운 이였고, 이를 통해 나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확장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기쁘다. 오늘밤 이곳 군산은 흰눈이 소복이 쌓이는 고요 한 밤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지만, 디지털 플랫폼과 정보의 홍수속에 살아가는 우리가 한번쯤은 꼭 생각해야 할 주제로 의미있는 고요한 한 밤을 보내게 되어 기쁘다.

 

2018 년 한겨울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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